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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포커스 출향인

스피커들

순창신문 기자 입력 2026.06.04 10:15 수정 2026.06.04 10:15

↑↑ 허문규 / 시 인
ⓒ 순창신문


휴일 아침에
아카시아 향기 따라
뒷산에 올라갔다
숲은 신록으로 만삯이고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나는 얕은 봉우리는 안고
작은 봉우리를 등에 업고
올라가다 보니 숨이 찼다
아카시아 향기가 흩어지기 전에
부지런히 산에 올라간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집에 앉아있으면
이 향기를 만끽할 수 있을까
흐르는 땀이 식어오자
하산을 시작했다
산에서 막 내려오니
스피커 소리가 요란하다
단전에서 끌어올린
사자후(獅子吼)가
스피커에 묻어난다
"싱싱한 생선이 왔어요
싱싱한 생선이 왔어요
눈을 떴다가 감았다 하는
싱싱한 생선이 왔어요"
참말 같은 생선장수의
거짓말이 힘이 넘쳐난다
다른 스피커 소리도 오버랩 된다
"계란이 왔어요
계란이 왔어요
굵고 싱싱한 계란이 왔어요
어서 오셔서 구경들 하세요."
주부들은 슬리퍼를 끌며
대문에서 튀어나온다
스피커에서는 반복적으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조금 떨어진 선거 유세 차량에서는
두 스피커를 잡아먹을 듯
집채만 한 소리가 덮친다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선거가 빨리 끝나야지
이거 시끄러워 살겠나
저것들 뽑아놓으면
지 배 채우느라 바쁘지
국민은 안중에도 없어
스피커에서 나오는 말은
뻔지르르 좋지
무지갯빛 공약은
한낱 허상일 뿐이야
참 일꾼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지!"
그 말을 들으니 참으로 씁쓸하다
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중에
진정 사람들을 배부르게 하는
스피커는 어느 것인가?

허문규 / 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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