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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포커스 출향인

장에 가신 아버지를 기다리며

순창신문 기자 입력 2025.04.09 09:36 수정 2025.04.09 09:36

↑↑ 허 문 규 / 시 인
ⓒ 순창신문---


함박눈이 내리고
땅거미가 내리면
고샅머리를 들어서는
아버지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아버지의 양 손이
무척 궁금했지요
오늘은 무슨 주전부리를
들고 오실지가요

왜 이리도
해는 일찍 떨어지는가
장에 가신 아버지가
돌아오실 때가 됐는데
한꼭지 등잔불 밝힌
아랫목 방벼락에
누이들과 손 그림자로
개도 그리고
나비도 그리고
공작새도 그리고
그렇게 깔깔대다가
별무소용의 기다림을 접고
하나 둘 잠이 든다
밤은 또 왜 이리도 길어
뇨기에 눈을 뜨니
그림자 놀이하던 방벼락에
커다랗게 들어앉은
낯익은 실루엣 하나
틀림없는 엄니의 그림자

자리끼 얼어가는 윗목에선
엄니의 바느질로
하얗게 밤을 태우고
뭐그리도 꿰멜 일이 많았었는지
삭풍우는 소리에
문풍지 오들오들 떠는 밤
소복소복 함박눈은
영창을 밝히고
엄니의 겨울밤은 소리없이
자시를 넘어서곤 했지요

함박눈이 내리면 그때가 그립다
머릿수건 동여맨 젊은 날의
엄니의 모습이...

허 문 규 / 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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