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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창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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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는 단지 정권 교체의 장을 넘어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사적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특히 지방소멸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지역일수록 대선 공약은 단순한 정책 약속을 넘어 지역의 생존 전략이자 미래 청사진이 된다. 순창군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제21대 조기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전국 시군구별 맞춤형 공약을 발표했는데, 그중 순창군 공약으로 △미생물 농생명산업지구 조성 △경마사업 수행기관 유치 △웰니스 관광도시 육성 △종합스포츠타운 조성 △국도 24호선 4차로 확포장 추진 등이 제시됐다. 지역 특성에 맞춘 분야별 개발 방향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드러난 공약이다.
반면 국민의힘 측에서는 순창 관련 공약이 별도로 정리되지 않았고, 공동선대위원장 명의의 성명서 안에 ‘미생물농생명산업’이라는 단어가 한 번 등장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지역의 절박함에 비하면 대단히 소극적인 접근이라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특히 언론과 지역사회가 주목한 부분은 ‘경마사업 유치’였다. 민주당 공약에 마사회와 경마장을 남원과 순창에 유치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는데, 이미 장수군과 김제시에서 승마산업 관련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 공약은 정책 연계나 지역 조율 없이 나온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중복 투자, 지역 간 갈등, 사업 실현의 난점 등이 바로 지적된 배경이다.
하지만 어떤 공약이든 더 중요한 것은 ‘선거 이후의 실행력’이다. 어떤 정당이 어떤 공약을 내놨든 간에, 순창군이라는 지역이 이 공약을 실제 정책으로 실현시키기 위한 내부 전략과 주민 참여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결국 공약은 공약(空約)에 그칠 수밖에 없다. 선거는 하루이지만, 지역의 미래는 10년, 20년 그 이후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필자는 과거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정책실장으로 활동하면서 대선공약을 수립하고 조정하는 실무를 직접 경험했다. 광주시청과 자치구가 제안한 공약들을 조율하고 중앙당 정책위원회와 논의하면서 지역 공약이 중앙공약으로 반영되기까지의 복잡한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모든 제안이 채택되지는 않는다. 지역균형, 예산규모, 타당성, 정치적 우선순위가 얽히면서 수많은 고민과 절충이 오간다.
이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공약이 바로 나주 한전공과대학 설립이다. 당시 필자는 광주·전남 지역의 인재 유출 문제와 에너지 산업 특화 전략을 결합해 지역 내 전문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를 기존의 단순한 공업대학 개념이 아니라 초등부터 고등교육, 직업교육까지 연계 가능한 융합교육 모델로 중앙당에 제안했다. 비록 후속 조정 과정에서 고등교육 중심의 공과대학으로 압축되었지만, 오늘날 한전공대는 당시 그 제안이 실현된 결과물이다.
이번 21대 대선을 앞두고 필자는 또 한 번 지역을 위한 공약 성안에 직접 나섰다. 이번에는 광주 북구를 위한 공약 세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는 ‘국립한국음식테마파크 조성사업’. 한식과 남도의 식문화 자산을 현대화하고 세계화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로, 음식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관광·문화·교육이 결합된 대형 프로젝트다. 둘째는 ‘국립주민자치연수원’ 설립이다. 주민자치의 성숙도를 제고하고 전국의 마을리더들이 실질적인 교육과 실험을 통해 지역 문제 해결력을 기를 수 있는 허브기관이다. 셋째는 ‘국립모빌리티파크 조성사업’으로, 미래 자동차·이동수단 산업을 문화와 체험, 관광으로 융합한 글로벌 테마파크다.
이 가운데 ‘국립모빌리티파크’는 더불어민주당의 광주 북구 대표 공약으로 공식 채택되어 발표되었고, 정준호 국회의원과 협력해 시민에게도 '글로벌 테마파크'라는 이름으로 공개되었다. 정치적 비전과 행정·시민 역량이 함께 만든 결과물이었다.
이처럼 공약은 ‘누가 쓰느냐’보다 ‘누가 함께 실현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지역 공약은 특정 정치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지역의 공적 자산이어야 한다. 순창군의 이번 공약들도 마찬가지다. 선거 이후가 더 중요하다. 이제부터는 공약을 어떻게 관철시킬 것인지, 어떤 실행 계획을 세울 것인지가 관건이다.
공약이 공염불이 되지 않으려면, 지역 스스로가 능동적인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지방정부, 군의회, 지역 정치권, 시민사회, 출향민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야 한다. 담양이나 남원이 각종 국책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처럼, 순창도 그 흐름을 놓쳐선 안 된다.
공약은 하나의 문이 아니라, 하나의 열쇠다. 열쇠를 돌리는 손은 결국 지역민의 손이다. 선거는 끝났지만, 공약 실현을 위한 과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문을 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설정환 / 광주광역시북구 마을자치도시재생센터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