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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포커스 출향인

강천산 가을을 여행하다

순창신문 기자 입력 2023.02.22 10:26 수정 2023.02.22 10:28

ⓒ 순창신문


내가 속해있는 산악회에 제의해 우리 고향, 강천산을 가기로 결정했다

하루 일정을 잡으면 고생만 하게 되니 1박 2일로 가자고 했다 벌써 강천산은 꽃단장을 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 준비를 마쳤다는 소식이다

출발시간 오후 2시가 됐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는 틀림이 없었다 회원들은 우산을 쓰고 모여드는데 강천산 단풍 만큼이나 고운 울긋불긋 등산복을 차려입고 햇님보다 더 밝은 얼굴로 나타난다

우리는 강천산을 향해 힘찬 출발을 했다 소풍 전날 설렘으로 잠을 못 이룬 것처럼 많은 회원이 잠을 설쳤다고 푸념을 한다

이윽고 야전 사령관이 병권을 휘둘렀다 전방 부대와 후방 부대를 왔다갔다 하면서 두껍이로 조져대는데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이래저래 오다보니 어느새 팬션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아담하면서도 잘 꾸며져 있는 분위기다 짐을 풀고 선배님이 하사한 돼지 한마리를 요리하기 위해 몇몇 남성 회원이 팔을 걷어 부치고 능숙한 도술을 펼쳤다 한 쪽에서는 고기를 굽고 한 쪽에서는 고기를 삶아 내느라 야단법석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니 허기가 찼다 우리는 돼지 한마리를 게눈 감추듯 해치웠다 만추의 서정을 느끼며 긴긴 밤 주님의 품에 안겨 하나씩 쓰러져갔다

다음날 아침 기상나팔 소리에 깨어나 강천산 단풍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게 왠일인가 신이 불을 놓았는지 빗속에서도 온 산은 뜨겁게만 타오른다 연기 없는 불꽃은 산꼭대기까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산책길 또한 불길로 휩쌓였으나 그 불길을 뚫고서 삼삼오오 어울려 추억 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가 손 단풍이 불꽃을 휘어잡고 가까스로 진정국면에 들어간듯 보였으나 역부족이다 혹여나 사람들은 화상을 입을까 염려 하면서도 기꺼이 불구덩이에 뛰어들며 비명 대신 감탄사를 토해낸다

여기 저기 셔터 터지는 소리에 놀라 가을비도 점점 잦아들었다 가끔씩 비추는 햇살 사이로 꽃사슴들이 무리를 지어 온 산을 휘젓는다 우리는 그 광경을 카메라로 훔쳐대며 탄성을 자아냈다

아무곳이나 배경을 두고 카메라 셧터를 누르면 작품이 됐다 수 많은 사람들이 단풍 축제를 보기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었다 날씨만 맑았다면 이때 쯤이면 사람들에 의해 섬진강까지 떠밀려 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서둘러 내려와 전통고추장 단지로 이동을 했다 오늘 저녁 밥상은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던 순창고추장을 우리 가족에게도 먹여보자는 일념으로 기대에 부풀었다

고추장이며 된장, 매실짱아치 등 선물로 받기도 하고 구매도 해서 배낭에 가득 채웠다 이어 섬진강 변의 매기 매운탕집으로 향했다 너무나 맛있어 폭풍흡입을 했다 도심에서는 이런 맛을 느껴보지 못했다며 저마다 한마디씩 건넨다 한 후배의 고향 마을이 눈 앞에 보였다 내 집에 왔으니 본인이 대접해야 한다며 음식값 모두를 지불하는 선행을 보였다

배품의 미덕이 이렇게 여러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차에 오르자 포만감에 눈이 자꾸만 잠긴다 신께서는 저마다 아름다운 강천산을 온 감각 기관으로 훔친 죗값을 수면으로 치르게 했나보다

어느덧 우리는 서울에 도착했다 이렇게 1박 2일의 강천산 단풍놀이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아름다웠던 강천산의 추억이 아련하게 남아있다.

허문규 / 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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