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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문화연구원 박창권 이사장 인터뷰) “순창의 잊혀진 과거를 내일의 자산으로” 사)옥천문화연구원 박창권 이사장

이기암 기자 입력 2026.10.15 17:13 수정 2026.10.15 05:13

ⓒ 순창신문


지역의 역사는 사람을 통해 이어지고, 문화의 가치는 그것을 지키고 가꾸는 사람들의 헌신 속에서 빛을 발한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획취재지원 사업 ‘인물 탐구’는 순창군민과 출향인, 여성 경제인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 온 인물들의 삶과 성취, 지역사회에 남긴 발자취를 조명한다.

지난 1일 담양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창권 사단법인 옥천문화연구원(제14·15대) 이사장은 순창의 향토문화를 보존하고 계승해 온 연구원의 역사와 미래를 잇는 인물이다. 1991년 옥천문화연구소(옥천문화연구원의 전신)창립 이후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을 지켜온 연구원을 이끌며 조직 운영의 안정과 문화사업의 새로운 전환을 모색해 왔다. 특히 법인 명칭을 ‘옥천문화연구원’으로 변경하는 등 단체의 정체성과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고, 지역문화의 가치를 미래 세대에 온전히 전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힘써 왔다.

박 이사장은 오랜 세월 수도권에서 사업과 사회활동을 이어오면서도 고향 순창과의 인연을 소중히 지켜온 인물이다. 2007년 재경 유등면향우회장을 맡아 4년간 활동했으며, 2012년에는 재경순창군향우회 제20대 회장으로 위촉돼 출향인과 고향을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특히 박 이사장은 교육 발전과 나눔 문화 확산에 기여한 공로로 2013년 대한민국나눔대상 교육부장관상(대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국제언론인클럽 총재를 역임하기도 했다.

전통은 과거를 보존하는 데 머물지 않을 때 비로소 미래의 자산이 된다고 말하는 박 이사장. 박 이사장이 걸어온 길 역시 선대가 남긴 문화유산을 지키는 동시에, 이를 오늘의 지역사회가 함께 누리고 미래 세대가 이어갈 자산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의 과정이다. 순창의 문화적 뿌리를 되짚고 지역 고유의 역사와 정신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연결하려는 그의 행보는 지역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게 한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조직 운영의 정상화와 정체성 재정립 과정, 향토문화 보존을 위한 주요 활동을 비롯해 순창의 미래문화유산을 발굴하고 지역의 소중한 자산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구상까지, 그의 경험과 철학을 통해 순창 문화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서울에서 새벽 5시 출발,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다

박창권 이사장의 활동을 논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단연 ‘책임감과 발빠른 추진력’이다. 박 이사장은 순창에서 열리는 옥천문화원 행사나 연구원 일정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서울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해 현장으로 향한다. “36년 전 애향심 하나로 모였던 동지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 사명입니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순창의 문화를 복원하는 일이라면 새벽이든 밤낮이든 지칠 틈이 없습니다.” 거리를 무색하게 만드는 그의 뜨거운 애향심과 헌신적인 태도는 문화연구원 내부뿐만 아니라 지역 문화계 후배들에게 커다란 귀감과 자극제가 되고 있다.


발로 뛰는 현장주의, 금과·구림·인계면의 역사적 원형을 깨우다

박창권 이사장의 가장 큰 무기는 현장성이다. 그는 단순히 사무실에 머무는 지도자가 아니다. 그는 회원들과 함께 순창군 금과면, 구림면, 인계면 일원을 샅샅이 훑는 ‘지역미래문화유산답사’를 직접 주도했다.

금과면 일대에서 최초의 국문소설 서사인 『설공찬전』의 무대를 콘텐츠화하는 작업을 이끌었으며, 쌍치·복흥·구림면 상화지(霜花紙) 현장과 인계면 도요지(陶窯址) 등 문헌 속에 잠들어 있던 역사적 거점들을 직접 찾아내 고증했다. 각 면(面)에 숨겨진 유무형의 문화 자산을 발굴하고, 이를 어떻게 현대적인 관광·교육 콘텐츠로 재창조할 것인지 현장에서 답을 구하는 철저한 ‘발로 뛰는 고증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주민 속으로 들어간 ‘옥천문화아카데미’의 대성공

그는 기존의 보조사업을 ‘옥천문화아카데미’로 과감히 개칭하고 주민 곁으로 더 가깝게 다가갔다. 특히 총 8회에 걸쳐 대대적으로 추진된 옥천문화아카데미 연쇄 강좌는 지역 문화계에 깊은 울림을 줬다.

다채로운 문화유산 고찰을 위해 순창의 회화, 서예, 문학, 정원문화를 아우르는 주제를 선정하고, 문화원형 발굴을 위해 설씨부인 초상화, 월인석보, 설공찬전, 순원화훼잡설 등 순창 고유의 가치를 조명했다. 또한 학술적 전략 모색을 위해서는 학계 권위자들을 초청해 순창의 지역 자산화 전략을 수립했다.

박 이사장이 이끈 이 아카데미는 단순한 교양 강좌를 넘어, 군민들이 지역 특유의 자존과 긍지를 갖게 만드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실천 장이 됐다는 평을 받았다.


기록문화의 격을 높이다, 연구소 최초 ISSN 등록 성과

기록이 없으면 역사도 없다는 신념 아래, 박창권 이사장 지휘하에 정기학술간행물 『옥천문화』 제16집 발간과 동시에 국립중앙도서관에 정기학술간행물 공식 등록(ISSN)을 성취해 냈다. 이는 연구소 창립 이래 최초의 쾌거다. 이를 통해 순창군 민간단체 중 유일하게 정기 학술간행물을 발행하는 옥천문화연구원의 학술적 공신력과 위상을 전국적인 수준으로 격상시켰다.

또한 서애숙 옥천문화편집위원장을 필두로 총 5명의 편집위원들이 힘을 모아 다가오는 제17집 『옥천문화』 발간까지 체계적으로 추진하며 기록문화의 맥을 단단히 잇고 있다.


2027년 정기총회 앞두고, 문화 정체성 회복 운동 멈추지 않을 것

박 이사장의 열정은 조직을 하나로 묶는 소통과 굳건한 사명감에서 빛을 발한다. 쉼 없는 간담회와 이사회를 주재하며 단체 내부 행정을 정상화했고, 주사무소를 남계로 79번지로 이전하여 행정 등기를 마쳤으며, 전북특별자치도로부터 설립허가 변경 절차까지 말끔히 완료하며 도약의 발판을 다졌다.

“3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선배 동지들이 일구어 놓은 옥천문화연구원의 전통을 이어받아, 이제 다가오는 2027년 정기총회를 기점으로 순창의 전통문화를 공공의 문화자산으로 완벽히 재창조해야 할 때입니다. 서울과 순창의 200여 회원들과 함께 순창의 문화 정체성을 회복하는 운동을 결코 멈추지 않겠습니다.”

과거를 거울삼아 미래의 길을 여는 박창권 이사장. 순창의 흙 속에 묻힌 자원을 보석으로 길러내기 위해 새벽 공기를 가르며 현장을 누비는 그의 걸음은 오늘도 여전히 청년처럼 뜨겁다.


섬진강을 따라 문화·관광·일자리를 연결하다

박 이사장은 순창의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구상으로는 ‘섬진강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섬진강 상류의 자연환경과 장군목 등 지역 관광자원을 하나의 문화관광권으로 연결하고, 강변을 중심으로 문화의 거리와 역사·문화 콘텐츠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순창의 자연환경 자체는 경쟁력이 있지만, 관광객이 방문한 뒤 머물며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는 더 확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관광지를 만드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먹거리와 문화, 체험시설을 함께 마련해 사람들이 머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섬진강을 중심으로 문화의 거리와 카페, 역사문화 공간, 예술 콘텐츠 등을 연결하면 순창만의 새로운 관광권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관광객의 방문을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게 하는 구조도 중요하게 봤다. 관광객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에서 새로운 사업과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순창에 정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관광정책을 인구정책과 분리해서 볼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역에 사람이 찾아오는 것과 실제로 정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관광자원 개발이 지속적인 소비와 일자리, 정주 여건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인구감소에 대응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만 섬진강 프로젝트가 실현되려면 구상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재원 조달, 민간 참여, 환경 보전 방안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자연환경이라는 자산을 활용하면서도 그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균형 역시 과제로 남는다.


순창의 미래는 문화를 품고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이는 데 있다

박 이사장은 순창의 발전을 이야기하면서 ‘문화’와 ‘사람’, 그리고 ‘장기적인 비전’을 강조했다. 새로운 시설을 짓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만으로는 지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역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고 이를 관광과 일자리로 연결하는 한편, 외부의 전문성과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43년간 서울 강남 등 수도권에서 사업을 이어온 그는 최근 6년여 동안 순창의 문화 발전을 위한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오랜 사회활동을 통해 쌓은 경험을 고향에 돌려주겠다는 생각에서다. 그가 제시하는 순창의 미래 구상은 문화유산의 발굴과 보존에서 출발해 섬진강 중심의 관광 개발, 인구감소 대응, 지방행정의 변화까지 이어진다.

박 이사장은 “지역의 발전은 행정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문화, 미래를 보는 비전에서 시작돼야 한다”며 “기존의 방식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사람과 생각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이기암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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