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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문화아카데미, 순창문화유산학교를 꿈꾸다

순창신문 기자 입력 2026.10.15 16:53 수정 2026.10.15 04:53

ⓒ 순창신문


얼마 전 전국에서 운영되는 문화유산 아카데미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의 국가유산 콘텐츠 아카데미부터 국가유산 활용 아카데미, 충남의 무형유산 아카데미, 울주 외고산옹기마을의 옹기장 후계자 아카데미까지 방식도 다양했다. 어떤 곳은 문화유산을 디지털 콘텐츠로 만들고, 어떤 곳은 장인에게 기술을 배우며 후계자를 키운다.

그 사례들을 들여다보다 문득 순창에서 8년째 이어지고 있는 ‘옥천문화아카데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옥천문화아카데미는 지난 8년 동안 순창에 무엇을 남겼을까.”

옥천문화연구원의 전신인 옥천향토문화사회연구소가 제1회 옥천문화아카데미를 시작한 것은 2019년이다. 첫 아카데미는 ‘순창정신 발현을 위한 다섯 가지 질문’에서 출발했다. 순창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지역공동체와 관광은 어디로 가야 하고, 우리가 가진 문화자산을 어떻게 미래와 연결할 것인가를 물었다.

이후 아카데미는 강의실에만 머물지 않았다. 순창의 누정을 찾아 문화유산 활용방안을 토론했고, 『설공찬전』을 오늘의 문화콘텐츠로 되살릴 방법을 고민했다. 다른 지역의 성공 경험을 통해 순창의 문화와 지역브랜드가 나아갈 길도 모색했다. 지역미래문화답사로 금과면, 쌍치면, 복흥면, 구림면, 인계면을 찾았고, 이번에는 동계면과 적성면을 찾을 예정이다.

특히 제7회는 ‘전문가가 제안하는 순창의 숨은 문화보물’을 주제로 순창 자수와 종이 상화지, 설씨부인 권선문첩, 『설공찬전』, 순창 단오문화를 하나씩 꺼내 놓았다. 가까이 두고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순창의 문화자원을 주민 앞에 다시 세운 것이다.

제8회에 들어서는 시선이 ‘유산’에서 ‘사람’으로 넓어졌다. 무형유산 선자장을 초청해 부채 제작기술뿐 아니라 한길을 걸어온 장인의 삶과 전승의 의미를 함께 들었다. 문화유산분야에서 국가적 기여을 한 문화유산유공자 5명이 순창을 찾아 지역민을 만난 것이다. 문화유산을 물건이나 장소가 아니라 그것을 만들고 기억하고 다음 세대에 전하는 사람의 문제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전국의 사례와 비교하면 옥천문화아카데미의 특징은 더욱 분명하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는 AI와 영상기술을 이용해 국가유산 콘텐츠를 만들고, 국가유산 활용 아카데미는 현장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충남은 무형유산 전승자가 학교를 찾아가 아이들을 만나고, 울주는 옹기장이 직접 후계자를 키운다.

그렇다면 옥천문화아카데미의 강점은 무엇일까. 필자는 ‘순창을 오래 바라보았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8년 동안 순창의 역사와 사람, 문학과 민속, 생활문화와 문화유산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순창다운 것이 무엇인가”를 물어왔다. 전문가의 연구를 주민에게 전달하고, 미처 알지 못했던 지역의 가치를 공론장으로 불러냈다.

그래서 옥천문화아카데미는 단순한 시민교양강좌가 아니다. 순창을 공부하는 ‘지역학 교실’이자 숨은 문화유산을 찾아내는 ‘문화유산 발굴소’이며, 순창의 미래를 논의하는 작은 ‘지역문화 공론장’이다.

하지만 8년을 걸어왔다면 이제 다음 길도 생각해야 한다. 강연을 듣고 박수를 치고 헤어지는 방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전국의 앞선 사례처럼 이제는 ‘아는 것’에서 ‘하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

옥천문화아카데미도 ‘배우는 아카데미’에서 ‘찾아내고 남기는 아카데미’로 진화할 때다. 마을과 고택, 정자와 옛길을 찾아 조사하고, 장인과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기록하자. 주민과 함께 오래된 사진과 문서를 찾고 청소년과 청년들이 이를 영상과 AI 콘텐츠로 되살리는 것도 좋겠다.

그 결과를 매년 『순창문화유산총서』로 남긴다면 더욱 의미가 크다. 아카데미에서 배우고, 현장에서 조사하고, 주민의 기억을 채록하고, 전문가가 검증해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그것이 10년, 20년 쌓이면 어느 지역도 쉽게 만들 수 없는 순창만의 문화자산이 된다.

문화유산은 오래됐다고 저절로 남지 않는다. 누군가 찾아야 하고, 기억해야 하며, 기록하고 다음 사람에게 건네야 한다.

옥천문화아카데미의 지난 8년이 순창의 가치를 발견하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그것을 기록하고 전승하며 새로운 문화로 되살리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지역의 미래는 새로운 것을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에만 달려 있지 않다. 우리가 오래 지켜온 것의 가치를 얼마나 제대로 발견하고 다음 세대에 건네느냐에도 달려 있다.

옥천문화아카데미가 그 길에서 순창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이어주는 ‘순창문화유산학교’로 성장하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

설정환 / 재:설정도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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