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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 오른 순창의 항아리…임금에게 올리던 장맛, 세계를 향하다

이기암 기자 입력 2026.10.08 15:00 수정 2026.10.08 03:00

제21회 장류축제 앞두고 서울서‘임금님 진상의식’재현

ⓒ 순창신문


붉은 고추장을 담은 항아리가 서울 한복판으로 향했다.

장독대에서 오랜 시간을 견디며 익어간 순창의 장맛이 이번에는 먼 길을 떠났다. 조선시대 임금의 수라상에 올랐던 진상품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서다.

2일 서울 덕수궁과 광화문 일원. 취타대의 힘찬 연주가 거리를 울리고 기수단과 사또행차, 호위무사, 진상품 운반단, 농악단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장독지게와 봇짐을 짊어진 행렬 사이로 전통복식을 갖춰 입은 사람들이 걸었다. 한때 순창에서 임금에게 올리기 위해 길을 나섰던 진상행렬이 수백 년의 시간을 건너 서울 도심에 다시 나타난 순간이었다.

“전라도 순창에서 진상행렬이 당도하였사옵니다.”

힘찬 외침이 광화문 일대에 울려 퍼졌다.

순창에서 올라온 행렬은 대한문을 시작으로 차 없는 거리를 따라 원형분수대 방향으로 이동했다. 취타와 농악이 어우러진 거리형 행렬은 시민들의 시선을 붙잡았고, 행렬 곳곳에 등장한 장독과 봇짐, 진상품 운반 소품은 조선시대 어느 한 장면을 서울 도심 한가운데 옮겨놓은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번 행사는 순창군이 오는 10월 15일부터 18일까지 순창 전통고추장민속마을 일원에서 개최하는 제21회 순창 장류축제를 앞두고 마련했다.

이날 광화문에 오른 항아리에는 순창 사람들이 오랜 세월 지켜온 장맛과 자연, 그리고 기다림의 시간이 함께 담겨 있었다.

진상행렬이 임금 앞에 이르자 최영일 군수는 순창의 장맛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하며 진상품을 올렸다. "따뜻한 햇볕 아래 고추를 말리고, 잘 마른 고추를 곱게 빻는다. 여기에 순창 메주와 찹쌀, 소금을 알맞게 섞어 항아리에 담는다. 그리고 다시 기다린다. 해와 바람을 벗 삼아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비로소 깊은 장맛이 완성된다. 순창의 고추장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고추장.

“순창 백성의 땀과 정성, 그리고 자연이 함께 빚어낸 귀한 음식이옵니다.”

붉은 빛깔은 눈을 즐겁게 하고, 혀끝에는 매운맛이 닿는다. 그러나 그 뒤에는 단맛과 깊은 감칠맛이 따라온다. 흰쌀밥에 한 숟갈만 얹어도 입맛을 돋우는 순창 고추장의 맛이다.

진상품을 받아든 임금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순창 백성들의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구나. 순창의 이 맛이 오랫동안 이어지기를 바라노라.”

임금은 오랜 세월 이어온 장맛과 그 뜻을 잘 지켜 후세에도 널리 전할 것을 당부했다.

짧은 퍼포먼스였지만 그 장면은 순창 장류가 걸어온 시간을 압축해서 보여줬다.

제21회 순창 장류축제는 10월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순창 전통고추장민속마을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세계인의 입맛, 순창에 담다’​다.

축제장에서는 순창 장류를 비롯한 다양한 먹거리와 체험, 공연 등이 마련돼 남녀노소 누구나 순창의 장맛과 문화를 즐길 수 있다.

최영일 군수는 “이번 행사는 순창장류축제의 대표 콘텐츠를 서울시민과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직접 선보이며 순창 장류문화의 역사성과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순창만이 가진 전통 장류문화와 K-푸드 콘텐츠를 적극 활용해 순창장류축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축제로 성장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이기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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