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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기다린 여름, 재난을 막아선 사람들 순창 자율방재단의 2026년

이기암 기자 입력 2026.09.18 09:49 수정 2026.09.18 09:49

ⓒ 순창신문


올여름 순창의 들녘은 비를 기다렸다. 숨이 턱 막히는 폭염은 좀처럼 물러가지 않았고, 메마른 땅은 농민들의 마음까지 태웠다. 논과 밭에는 물이 필요했고, 농업용수 확보는 어느 때보다 절박한 과제가 됐다.

폭염이 길어지자 가뭄이 뒤따랐다. 올해 전북에는 8월 초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졌고, 섬진강댐 저수율도 20%대까지 낮아지면서 폭염과 가뭄은 더 이상 ‘날씨 이야기’가 아닌 재난 대응의 문제가 됐다. 순창군 역시 여름철 집중호우와 폭염 등에 대비해 자연재난 대응체계를 점검하며 선제 대응에 나섰다. 그리고 그 재난의 한가운데에는 순창군 지역자율방재단(단장 박야표)이 있었다.

11일 열린 ‘2026 순창군 지역자율방재단 한마음 행사’는 그렇게 지나온 여름을 잠시 돌아보는 자리였다.

평소 재난 현장에서는 누구보다 먼저 움직이던 단원들이 이날만큼은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노고를 격려했다. 행사장에는 표창을 받는 단원들의 박수와 웃음이 이어졌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폭염과 가뭄, 각종 재난 위험 속에서 지역 곳곳을 살피며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8월 순창의 농업 현장에서는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면서 농업용수 부족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농민들은 작물 생육에 필요한 물 공급 확대를 건의하는 등 계속되는 가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재난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 것만은 아니다. 비가 오기 전에는 배수로와 위험지역을 살피고, 태풍이 오기 전에는 시설물을 점검해야 한다. 폭염이 이어지면 취약계층과 야외 활동자들의 안전을 챙겨야 하고, 가뭄이 길어지면 농업과 생활용수 상황까지 살펴야 한다.

순창군 지역자율방재단의 역할도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박야표 단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우리 자율방재단은 재난이 발생했다고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다”며 평상시부터 지역의 위험요인을 살피고 재난 예방 활동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영일 군수는 단원들 앞에서 지난여름을 떠올렸다.

“지난여름 여러분들 얼마나 수고가 많으셨습니까.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그리고 얼마나 괴로우셨습니까.”

최 군수는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여름과 가뭄으로 지친 군민들을 언급하며, 그 과정에서도 방재 활동에 나선 단원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최 군수는 “11개 읍·면 단장과 단원 여러분들이 지난 한 해 동안 재난과 재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줬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오수환 순창군의회 의장도 “폭염과 폭우, 화재 등 각종 재난 현장에서 자율방재단이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단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다른 단체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목소리를 냈다.

순창군 지역자율방재단은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전북특별자치도 지역자율방재단 경진대회에서 7년 연속 단체 우수상을 수상하는 성과도 거뒀다.

실제 기후위기가 일상이 되면서 지역의 재난 대응도 달라지고 있다.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는 각각 따로 찾아오는 재난이 아니다. 긴 폭염 끝에 가뭄이 이어지고, 메마른 땅에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지는 등 재난의 양상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행정기관의 대응만으로 지역 곳곳의 위험을 모두 살피기 어려운 이유다.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움직이는 자율방재단의 역할이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위험이 발생하기 전에 발견하고, 피해가 커지기 전에 알리고, 행정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먼저 살피는 것. 그것이 지역자율방재단이 맡은 또 하나의 역할이다.

"오늘만큼은 재난을 잠시 내려놓고"

이날만큼은 단원들에게도 잠시 쉴 시간이 주어졌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점심을 함께하고 체육행사를 통해 화합을 다질 예정이었다. 현장에서 함께 고생했던 동료들과 웃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 이기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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