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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의 기적, 부모님 회혼식을 마치고

순창신문 기자 입력 2026.07.16 14:57 수정 2026.07.16 02:57

↑↑ 한상철 / 인천광역시교육청화도진도서관장
ⓒ 순창신문


처음 아버지께서 ‘회혼식’이라는 말씀을 하셨을 때, 솔직히 참 생소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올해 부모님의 팔순을 맞아 연초부터 우리 형제들은 나름대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당초 아버지의 말씀대로 직계 가족들만 모여 단출하고 아늑하게 식사할 수 있는 적당한 장소를 예약하고, 소박한 축하 자리를 준비해 오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행사를 두 달 앞둔 3월 초, 아버지께서 갑자기 계획을 바꾸셨습니다. 금년이 두 분의 결혼 60주년이 되는 해이니, 팔순 잔치가 아니라 ‘회혼식’을 해야겠다고 하셨습니다. 더 나아가 아버지의 고향 친구분들과 사촌들까지 초대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당황스러운 마음이 앞섰습니다. 직계 가족만 모이는 규모에 맞춰 이미 예약해 둔 장소와 일정을 모두 취소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늘어난 참석 인원에 맞춰 적당한 규모의 장소 등 연초부터 해온 준비를 전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도대체 회혼식이 무엇인지 궁금해 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결혼한 부부가 혼인한 지 예순한 해째 맞는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는 잔치를 뜻했습니다. 다행히 부모님 두 분 모두 건강하시고, 우리 형제들과 손주들까지 모두 무탈하니 회혼식의 의미에는 부합했습니다. 하지만 의미를 아는 것과 별개로 사촌들까지 부르시겠다는 말씀은 마음 한구석을 계속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무리 축의금을 일절 받지 않고 무료로 식사를 대접한다고 초대장에 명시한다 해도, 초대 받는 분들 입장에서는 참석하는 것 자체가 마음의 짐이나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과 기준으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마음도 은연중에 생겼습니다. 하지만 자식 된 도리로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다시 장소 예약을 마치고, 초대장 문구에 축의금 사양의 뜻을 정중히 담아 발송했습니다. 사진 촬영과 의상 예약까지 마무리하면서도 마음은 여전히 편치 않았습니다.

행사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어느 날, 문득 살아서 장례식을 치르는 사람의 뉴스를 보았던 기억이 났습니다.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에 치러지는 형식적인 장례식 대신, 살아있을 때 소중한 친인척과 지인들을 초대하여 그동안의 감사한 마음을 직접 전하고 생을 아름답게 정리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뉴스를 다시 떠올리는 순간, 답답했던 마음의 매듭이 툭 하고 풀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이 건강하게 여든을 맞이하고, 무려 60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버텨온 것을 자축하며 소중한 이들에게 밥 한 끼 대접하는 자리를 직접 마련한다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좋은 행사인지 어렴풋이 이해가 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드디어 다가온 회혼식 당일, 아침 일찍 택시를 부모님 댁으로 보내 행사장까지 편안하게 모셨습니다. 건물 앞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내리시는 두 분을 정중히 모시고 올라갔습니다. 대기실에서 어머니는 머리 손질과 화장을 받으셨고, 아버지는 단정한 한복으로 갈아입으셨습니다. 식이 시작될 시간이 다가오자 형제들과 조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세월이 얼마나 빠른지,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훌쩍 자란 조카도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은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안부를 전했습니다. 이날 우리 삼형제는 양복을 갖춰 입었고, 여동생과 며느리들은 고운 한복을 차려입었습니다. 그 중심에서 오랜만에 한복을 멋지게 차려입으신 부모님의 모습은 참으로 당당하고 멋지셨습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메인 행사장으로 들어섰습니다. 이미 사촌들을 비롯한 친척들과 아버지의 친구분들이 테이블 앉아 계셨습니다. 테이블을 찾아다니며 감사 인사를 드린 후, 귀한 걸음을 해주신 손님들께 식사와 함께 행사를 진행한다는 안내를 드렸습니다. 모두 식사를 가져와 테이블에 앉자 본격적인 행사의 막이 올랐습니다. 음악에 맞춘 두 분의 당당한 입장, 서로를 마주 보며 올리는 맞절, 자녀들을 대표한 형의 진심 어린 감사 인사, 케이크 커팅과 기념 촬영, 그리고 하객들을 향한 부모님의 짧은 감사 말씀까지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이날은 온전히 두 분이 세상에서 가장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하루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60년 전, 그 옛날 두 분이 어떻게 처음 만나 결혼을 하셨을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당장 먹고살기조차 팍팍했던 그 시절에, 20대 초반의 젊은 남녀가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만나 6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함께 살아왔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적과 같은 일입니다. 그 세월 속에는 사랑과 기쁨의 순간도 있었겠지만, 수많은 고난과 역경, 눈물의 순간들이 엮여 있었을 것입니다. 수많은 사건과 마음들이 서로 단단하게 얽히고 설켰기에 오늘날의 이 회혼식이라는 기적이 존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깊은 세월을 증명하듯, 입장할 때부터 퇴장할 때까지, 그리고 식사 시간에 친인척 및 친구분들과 대화를 나누는 내내 부모님의 얼굴에는 밝고 기쁨이 가득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환하게 웃으시는 두 분의 모습을 곁에서 내내 바라보는 것만으로 가슴 벅찬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처음 아버지께서 회혼식을 해야겠다고 말씀하셨을 때, 듣는 순간 당혹스러워하고 친인척들에게 초대장을 보낼 때 부담을 줄까 봐 불편해했던 생각이 짧았음이 느껴졌습니다. 아버지의 말씀대로 팔순 잔치가 아니라 회혼식으로 치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일은 제가 살아온 좁은 경험이나 기준만으로 부모님의 마음을 재단하려 했던 행동을 반성하게 만들었고, 앞으로는 부모님의 입장과 시선에서 더 많이 고민하고 배려해야겠다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자식들에게 기적 같은 오늘을 선물해 주신 두 분께 마음을 담아 인사를 올립니다.
"아버지, 어머니 건강하게 곁에 계셔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한상철 / 인천광역시교육청화도진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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