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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포커스 출향인

2024 여름, 그리고 가을살이

순창신문 기자 입력 2024.10.16 10:11 수정 2024.10.16 10:11

↑↑ 김 승 만 / 북일여고 교사
ⓒ 순창신문---


이번 여름은 각종 무더위 기록을 모두 깨어버릴 정도로 그 위세가 대단했다. 기후 변화를 탓 하지만 일상을 사는 일반인들이야 어려운 시기들을 온몸으로 견뎌낼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일말의 위안이 되는 게 있다. 그렇게 위기와 고난을 수없이 외치면서도 실낱같은 행복과 기쁨들이 스멀스멀 찾아와서 한숨지으며 힘들다는 말을 달고 사는 시간들의 빈틈을 채우고, 퍽퍽한 삶들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순간을 잠시 뇌까려 보려 한다.

#1

8월 초, 생애 첫 백두산 천지를 실물로 보았다. 본 신문 1178호 (2024.7.17자)에 실린 한 향우의 글을 보면 그는 중국을 통해 정상을 가는 코스 중 서파로 갔다고 했는데, 난 가장 대중적이면서 정상 부근까지 차로 갈 수 있는 북파를 이용했다. 잔뜩 흐린 날씨로 여기까지 와서 천지를 보지 못하나 하는 걱정을 했으나 (여러 기상 변수로 실제로 못 보고 가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함), 천지 조망 직전의 순간 기적적으로 구름과 안개가 걷히면서 그 영험한 자태를 드러냈다.
그 순간이 가히 이번 여름 최고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했다. 중국을 통한 반쪽짜리 경험이지만 민족의 영산이자 신비로움과 온갖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곳을 직접 밟고 유구한 역사의 숨결을 잠시나마 느꼈다는 자체가 잊을 수 없는 큰 추억이 되리라.

#2

9월의 한가위, 올해는 이른 감이 더 컸다.

무더위가 수그러들지 않았고, 심지어 한가위 연휴에도 30도가 넘는 날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숨 돌리면서 고향의 정취를 느끼고, 가을맞이로 심기일전의 시간을 가졌고, 모처럼 고향 친구도 만나 현실의 고뇌와 넋두리도 토로하며 위로와 공감을 키웠다. 각자 가정을 꾸린 4남매의 자식들도 긴 연휴에 이래저래 만나게 되었고, 연로하신 어머님께서 홀로 지키고 계시는 고향 집과 농사, 벌초, 어머니 부양 등 이런저런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결론은 나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최대한 노력하자는 원론적인 접근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3

9월 중순, 43년째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팬으로서 7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 확정 소식을 접했다. 올해는 딱 두 차례 야구장에 가서 직관을 했고, 나머지 경기는 거의 빠지지 않고 시청을 했다. 물오른 타격과 선수들의 조화로운 경기력, 무엇보다 김도영이라는 슈퍼스타의 활약이 올해 내내 즐겁게 해줬다. 프로 스포츠 사상 최초로 연간 천만 관중을 넘겼으니, 야구 인기가 역대급이었고, 그 중심에 타이거즈가 있다. 내친김에 한국시리즈까지 이겨서 명문구단의 역사를 계속해서 써나갔으면 좋겠다.

#4

10월, 조카의 군입대 환송을 위해 4남매가 다시 모였다. 어찌 보면 우리 2세 중에서 마지막 입대자이다. 그래서 더 애틋했는지 만나자마자 왁자지껄 대화량이 많아지고 성량도 높아졌다. 예전 군 복무 시절 무용담부터 각자의 방식으로 견뎌낸 시간들을 언급함과 동시에 당사자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부담과 압박을 주지 않으려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입대 이틀 남겨두고 이미 군인 머리로 짧게 깎고 나타난 조카는 감정의 동요 없이 연신 음식만 먹으며 어른들의 얘기를 듣기만 했다. 나로서는 짧아진 복무기간(18개월)과 언론에 수시로 등장하는 눈이 휘둥그레지는 병사 월급, 그리고 엄청나게 개선된 병영 문화 등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되지만 당사자는 현재의 조건만으로도 녹록하지 않을 것이다.

#5

그 밖에도 충만한 시간들이 스치듯 있었다. 어떤 건 주도면밀한 계획으로, 어떤 건 예상치 못한 전개로 맞닥뜨린 일도 있다. 뭐니 뭐니 해도 기분 좋은 자극과 만족스러운 시간은 내 몸이 주도성을 갖고 의지적인 행동을 통해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어느덧 텅 빈 들녘에서 온갖 작물들로 채워지고,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고 이제 결실로 이어지는 시기이다. 이런 시기가 자신에게 더 집중하고 삶의 방향을 다지며 폭과 너비를 조정하는 국면일 것이다. 스스로 잘 영그는 시간을 가져보자.


김승만 / 북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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