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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포커스 출향인

사과의 진정성

순창신문 기자 입력 2023.01.18 14:23 수정 2023.01.18 02:23

개인이나 단체, 또는 회사가 일상생활 또는 거래과정에서 분쟁이 생겨 법의 심판을 구하게 되면 그 분쟁의 원인을 어느 쪽에서 제공하였는지가 우선적인 판단대상이 됩니다. 계약이나 규범을 누가, 왜, 어떠한 경위로 위반하였는지를 먼저 규명한 다음, 그로 인한 손해액수나 기타 다른 피해가 동반된 것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특히 형사사건에 있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다른 민사사건이나 가사사건, 행정사건에 비하여 비교적 명확합니다. 피해자의 경우 가해자의 일정한 행위로 인하여 자신이 이러저러한 손해를 입었으니 가해자를 처벌해달라고 고소장 등을 통하여 의사표시를 하고, 수사기관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형사법규에 따른 처벌요건을 갖추는지를 따져 법원에 공소제기를 하기 때문입니다.

수사기관, 즉 경찰이나 검찰단계에서 자신의 행위가 형사법규에 따른 처벌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자신은 아무런 범죄혐의가 없다고 강변하다가도 법원에 공소제기가 되면 태도를 바꾸어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법원에서는 가해자(전문용어로는 ‘피고인’이라고 부릅니다)의 행위 자체 뿐만 아니라 그 행위가 이루어진 전후경과의 사정 역시 형을 정하는데 있어서 두루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종종 자신은 아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데, 변호사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권유하여 자신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혐의를 인정하고 전과자가 되었다라는 취지의 언론기사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때문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거나, 또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혹시 유죄가 인정되어 무거운 처벌을 받을 것을 염려하는 경우 피해자와 ‘합의’라는 것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는 자신의 잘못을 가해자가 먼저 사과하고, 피해자가 이를 수용한 다음, 그로 인한 피해자의 물질적, 정신적 손해를 ‘돈’으로 배상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합의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직접, 또는 가족이나 친지 등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요즈음에는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변호사가 선임되어 있는 경우에는 가급적 변호사를 통해 진행하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가해자의 진정어린 사과가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있어 가장 선결적이고도 의미있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그 사과의 진정성을 어필하기 위하여 때로는 자필편지를 가해자로부터 받아서 변호사가 피해자에게 전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얼마전 제가 담당한 사건에서 구속피고인에게 재판부에 백 번 반성문을 제출하는 것보다 피해자에게 두 세 번이라도 자필편지를 써서 마음을 움직여보라 자문한 적도 있습니다. 그만큼 피해자의 마음을 뒤늦게나마 보다듬어주는 것이 가해자 본인이나 주위에서 가장 먼저 헤아려야 할 태도입니다.

요즈음 우리 외교부가 외안부피해할머니들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 것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쉽게 말하면 ‘일본이라는 가해자는 더 이상 사과를 할 것 같지 않으니 우리 피해자가 먼저 나서서 용서하고, 한일관계의 개선을 도모하자’라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겠습니다. 평범한 변호사로서 전문외교가가 아닌 저로서는 피해자가 먼저 나서서 가해자의 입장을 두둔하는 것을 본 적도 없고, 선뜻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더욱이 국민의 신체와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최우선적인 역할이라는 사실은 초등학교 학생조차도 명약관화한 사실인데, 전문외교가 또는 명문대학 교수라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말들을 듣고 있노라면 이 분들은 초등학교를 일본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뜻하지 않게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끌려가 고초를 겪고도 해방이 되어 그리운 고향조차 찾지 못한채 어딘가에서 힘겨운 생활을 이어오셨을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이제라도 새겨듣기를 간곡히 권해봅니다.

이진우 / 법무법인 다일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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