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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포커스 출향인

지리산 종주 이후

순창신문 기자 입력 2022.11.30 10:02 수정 2022.11.30 10:02

김승만 / 북일여고 교사

ⓒ 순창신문

어쩌다 보니 거의 100일 만에 지리산 종주를 연속으로 했다. 그것도 무박으로 같은 코스로 말이다. 이른바 ‘화중종주’로 화엄사에서 시작하여 중산리로 하산하는 총 38km가 넘는 산행길이다. 등산 좀 하는 사람이라면 도전하고 싶어 하는 길고 힘든 코스인데, 7월에는 혼자, 11월 초에는 친구랑 둘이서 하게 되었다.

이 두 번의 체험이 나를 더욱 단련시키고 삶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허기, 통증, 졸음, 밤바람(11월 밤의 매서운 산바람은 정말 죽을 맛이었다) 등의 엄청난 도전들을 이겨낸 값진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 강렬함을 산행 직후에 시랍시고 끄적여서 남겨 두었다. 다시 읽어보니 정돈되지 않은 졸작이지만 그때의 기억만큼은 너무나 선명해진다.

[7월 종주] 새벽 산행

그대여, 현실의 바람이 매섭고 견뎌낼 힘마저 소진되고, 기댈 곳도 없다고 느낄 때 화엄 계곡 7km가량을 걸어보라.

여름비 내린 다음날 한밤중 홀로 말이다.

무섭고 두려운 시간의 발걸음이 어디서 비롯됐는지조차 알 수 없는 원초적 순간의 연속이리라.
굉음의 물소리는 악마의 속삭임마냥 음량을 변주하며 뇌리를 자극하리라.


실체와 무관한 풀숲 움직임에 수시로 소스라치리라.

머리에 두른 등에만 의지한 채 너와 주변 움직임과 형체에 집중하리라.

믿을 건 오직 너 뿐, 이 순간만은 누구도 네 편은 없을 게다.

걷고 또 걸어라.

견디며 두리번거리며 몸속 세포까지 집중하다 보면 가쁜 한숨만 심야의 허공을 채울 게다.

생고생이 생지옥 체험일 게다.

그렇게 초긴장이 무아지경으로 무뎌진다 싶어지면
눈앞 대피소 불빛이 구원줄이요, 탈지옥의 관문일 게다.

자판기 오백원짜리 커피가 세상 어느 카페 음료보다 달콤할 게다.

달달한 위로이자 가장 맛있는 친구를 만날 게다.

산속 새벽은 그렇게 새 역사를 만들어갈 게다.

[11월 종주] 다시 종주의 길로

설레고 두려운 준비 기간을 보내고 맞은 11월의 종주 산행.

무박을 감수하며
예상못한 칼바람을 몸소리치면서 감당하며
겹겹의 옷을 뚫고 몰아치는 바들거림이 안쓰럽다.

동반자가 있기에 든든하고 의지가 되지만
무시로 쏟아지는 졸음의 복병 앞에 발걸음마저 허공 속으로 겉돈다.

의식과 동작의 괴리마저 체험하며 날이 밝기만을 기다린다.

해 솟기 전 마지막 심술이 옷깃을 더욱 여미게 하고 지쳐가는 육신의 잠깐 휴식마저 앗아간다.

한숨 속 후회가 연신 쏟아진다.

가도 가도 되돌이표로다.

잠시 몸을 녹일 대피소의 존재가 처진 몸을 어루만져 주지만 온전한 수습이 안 된다. 먹는 게 아니라 밀어 넣는다.

의지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고, 몸보다 다리 통증이 더 자극한다.

더 움직일 기력이 있을까 싶을 때 정상이 아득히 보인다.

뒤돌아서서 거쳐온 능선길과 그 시간을 되새김한다.

쌓인 피로를 덖으며 끝을 보라는 마지막 외침이 나온다.

기어코 정상에 오른 희열보다
체중을 짓누르는 끝없는 하산 돌길은 이전 한숨과는 다른 차원이로다.

산 아래 남은 단풍의 요염함보다 온전한 하산 완료에 더 집중한다. 연옥 입구까지 갔나 싶을 때 결국 19시간의 고투가 끝이다.

지리산의 영혼은 담았으나, 폐를 많이 끼쳤으리라.

천일야화 수준의 경험을 했다.

이런 도전은 앞으로 절대 안 하리라 수십 번 뇌까렸으나, 하루가 지나지 않아 뭔가가 또 꿈틀거린다.

11월 종주 후에는 구례군으로부터 종주 인증서와 기념 메달까지 받았다. 고생한 보람과 함께 결과물로 인정받아 기분이 좋았다. 이는 등산 인구를 유인하여 관광 수입을 높이려는 지자체의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우리 고향 순창을 떠올려 봤다. 산지가 많은 오지라고만 여길 게 아니라 우리 고향의 특성을 살린 관광 유인책을 더 세밀하게 마련해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예를 들면 강천산, 금산, 회문산, 체계산, 용궐산 등을 연계한 순창 5대산 인증제를 도입하여 완주자에게 순창 특산물을 소량 상품화하여 선물로 주는 것이다. 물론 여러 준비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등산로나 안내판 등도 정비해야 할 것이다. 한 번 해볼 만하지 않을까?

김승만 / 북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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